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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백년의 고통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기사승인 2023.05.09  14: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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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자 의원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 극복기념관에 걸린 가슴 먹먹한 문구다. 바다는 생명을 잃었고 어부들은 생계를 잃었으며 어촌마을은 활기를 잃었다.
사고 10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충남도는 해양생태계가 원상회복됐다고 선언했다. 유출된 기름 1,254만7,000리터(약 1만733톤)의 정화에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오는 7월부터 130만톤에 달하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한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2021년 4월, 제249회 김제시의회 임시회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결정을 규탄하고 중단을 촉구한 바 있으나 기름처럼 닦아낼 수도 희석할 수도 없는 방사능 공포가 코앞의 현실이 된 지금 다시 한번 펜을 들고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오염수의 방류가 최종 확정되는 경우 무단방류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 올해부터 2051년까지 28년동안 매일매일 130톤씩 오염수를 바다에 퍼붓게 되는 셈이라 한다. 기름 1만톤 정화에 10년이 걸렸는데 방사능 오염수 130만톤의 정화에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인가. 그사이 얼마나 많은 생명이 병들고 고통 속에 죽어갈 것인가. 필자는 감히 상상하기도 두렵다.
이러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은 한마디로 제2의 침략행위, 파렴치한 범죄다. 100여년전 이웃나라를 무참히 짓밟았던 범죄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는커녕 피해보상 문제도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오염수 방류야말로 그 후과(後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 대재앙이다.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세슘, 스트론튬을 비롯한 치명적인 핵종물질 63종을 그대로 품고 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는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명을 파괴할 핵테러다. 태평양 전역에 이러한 독극물이 확산되면 전세계의 해양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방류 200일이 지나면 오염물질이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 해역 전체에 퍼진다는 분석도 있다. 방사능 바다에 한반도가 갇히는 것이다. 중국 황사가 매년 하늘을 뒤덮듯이.
바닷물 오염은 먼저 즉각적으로 해산물 피해로 나타날 것이다. 수산업계에 미칠 타격은 시간문제다. 2011년 원전사고 직후부터 2013년까지 수산업계의 피해약은 약 2조원에 달했고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 원전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국내 수산업은 피해 수준이 아니라 존폐의 기로에 내몰릴 수도 있다.
먹거리 안전과 국민 건강권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며 세계 수산물 소비 1위인 우리 국민의 공포와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더욱이 소금까지 방사능에 오염된다면 인류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해양 오염이 토양 오염으로 전파될 경우 내년 여름 바닷가를 맨발로 걸어다니는 무모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지 모른다. 영해, 영토, 국민 모두를 위협하게 될 이 참변이야말로 국가 침략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애가 타는건 국민만의 이야기인가보다. 정부는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이 위협받고 불안해하는 독극물 쓰나미가 코앞에 밀려오는데도 말이다. 최인접국이자 최대 피해 예상국인 대한민국이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실행에 옮긴 건 하나도 없다. 지자체들이 혼비백산 자구책을 찾고, 수산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국민이 불안 속에 소금을 사재기하는 동안 정부는 외교적 항의도 국제법적 제소도 하지 않았다. 이게 나라인가.
15년전 미국발 광우병 파동의 악몽, 지난 3년간 일상을 정지시켜버린 코로나19, 여기에 일본 원전 오염수까지. 우리는 언제까지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언제쯤이면 우리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급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일본 원전오염수 방류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일본의 범죄행위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제지해야 한다. 죄 없는 우리 후대에게 다시 백년의 고통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김제시의회 의원 이정자

전북제일신문 webmaster@jbj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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