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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불편함, 그 답을 찾아서

기사승인 2021.02.15  12: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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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반백년 주머니 넉넉하게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끼니를 걱정하는 그런 날은 없었다. 위를 보아도 끝이 없고, 아래를 보아도 끝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뭘 말할 수 있겠는가만 배고픔을 모르는 참 좋은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살았다.

이렇게 말하지만 지금도 지하철에는 구걸을 하는 아저씨가 있고, 껌 하나라도 팔겠다고 식당에 들어오는 할머니가 있다. 못 본 척, 안 본 척하다가도 주머니를 뒤진다. 그의 손에 한 푼 쥐어준다고 그의 삶이 뭐 그리 달라지겠는가, 이런 생각 안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 마음 편해지고 싶어서 그냥 그렇게 한다.

이집트를 여행했을 때다.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집시 아이가 다가와 예쁘게 포즈를 취해서 같이 한 장을 찍었다.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1달러를 요구했다. 다른 꼬마들도 내 주변을 맴돌았다. 얼른 돈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1달러로 무엇이 달라질까. 내 주머니 사정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이 아이들의 미래도 달라질 것 같지가 않았다.

국제교육개발협력 NGO 국경없는 교육가회의 일원이 되고도 이런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를 하나 더 짓는다고 정말 그 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몇몇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에이즈, 내전, 테러 등 산재하는 그들의 문제를 일개 NGO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14억 중국인의 스승’으로 불리는 중국의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후스(胡適·1891∼1962)의 시 ‘인력거꾼(人力車夫)’를 기억한다. 대학 때 수업에서 번역을 했는데, 그 많은 글 중 유독 큰 의미로 남는다. 

“인력거야! 일력거야!
인력거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인력거꾼을 본 손님은 갑자기 가슴이 슬퍼졌습니다.
손님은 인력거꾼에게 물었다
“너는 몇 살이니?”
인력거꾼은 손님에게 대답하였다.
“열여섯 살입니다. 삼년 째 끌고 있습니다. 그런 건 알아서 무엇 하시겠습니까?”
손님은 인력거꾼에게 말했다.
“네 인력거를 타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겠구나.”
인력거꾼은 손님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한나절 일하지 못하였습니다. 춥고 배가 몹시  고픕니다. 손님께서 호의를 베푼다고 굶주린 내 배가 불러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인력거를 끌었으나 경찰은 단속하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대체 누구십니까?”

20세기 초 중국에서는, 연소자와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 있어서 18세 이하 50세 이상은 인력거꾼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사회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후스는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에게 배웠고 ‘결과로서의 완벽’보다는 ‘완벽으로 향하는 끝없는 과정’을 중시했다. 1919년에 급진적 인사에 대한 비판으로 ‘‘문제’ 연구는 많이, ‘주의’(主義) 토론은 적게’라는 글을 남겼다.

“우리는 인력거꾼의 생활수준은 연구하지 않으면서 사회주의에 대해 떠들어 댄다. 우리는 여성을 해방시키거나 가족제도를 올바르게 세울 방법은 강구하지 않고 아내의 공유와 자유연애를 지껄인다. (중략) 우리는 근본적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기뻐하고 자축한다. 상황을 직시해 보면 이것은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다.”

‘내 마음의 불편함’ 어디서 답을 찾을까 헤매다 100년 전 후스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또 하나 NPO 법인 ‘아오조라’의 하타 고타(葉田甲太) 대표의 말을 빌려온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 이런 큰 꿈을 만약 가지고 있다면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아마도 두 가지뿐일 것이다. 눈앞의 사람을 구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전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좋다. 아니,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사회를 바꾸고 싶어서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전북제일신문 webmaster@jbjnews.com

<저작권자 © 전북제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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